스타 연출가 고선웅이 신작 ‘유령’을 내놨다. 연극·뮤지컬·오페라에 올림픽 행사까지 만들었지만 그 시작은 신춘문예(1999) 출신인 극작가로서 14년 만에 내놓은 창작 연극이다. 낮은 곳, 약한 자에 대한 연민과 몰인정한 세태에 대한 냉소가 능수능란한 연출로 버무려진다. 마지막엔 망자의 천도를 위한 씻김굿으로 모두를 위로한다. ‘유령’의 두드러진 특징은 경계의 모호함이다. 산 자와 죽은 이가 다르지 않고 배우들은 배역과 본신(本身)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극장을 무대로 한 극이기에 객석도 무대의 일부분이다. 공연은 배우가 관객에게 자신이 맡은 역할을 직접 설명하며 시작되고, 극의 중반엔 객석에서 새로운 배우가 등장하며 현실과 연극이 뒤섞이는 경험을 제공한다. 연극 ‘유령’ 첫 장면에서 무연고 사망자로 영안실에 방치될 운명인 배명순(이지하 분)이 자신을 폭행한 남편 오상필(강신구 분)의 억지소리를 듣고 있다.고선웅이 연출한 연극 ‘유령’은 낮은 곳, 약한 자에 대한 연민과 무연고 사망자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7년 전 읽은 무연고 사망자 관련 신문 기사가 못내 마음에 걸려 이번 작품을 만들게 됐다는 고선웅은 어느 식당에서라도 만났을 법한 배명순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남편의 폭력에서 도망쳐 찜질방·식당 등을 전전하며 무적자로 살다가 “KTX처럼 빠르게 온몸으로 암세포가 퍼졌다”는 말기암 진단을 받고 죽는다. 그를 구타하는 남편 오상필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맞는 것을 보며 자란 전형적 가정폭력범이다. 시작하자마자 대뜸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오상필이 배명순을 ‘리얼’하게 구타하는데 곧장 충격 완화장치가 가동된다. 마치 옛 동시상영관 홍콩영화처럼 폭력에 슬로 모션이 걸리면서 역설적이게도 영화 ‘러브 스토리’ 주제가가 흘러나온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인생의 블랙코미디가 시작되는 순간이다.이후에도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 웨이’, 뮤지컬 캣츠의 ‘메모리’, 킹 크림슨의 ‘에피타프’ 등이 분기점마다 흘러나오며 극 분위기를 조율한다. 남편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뛰쳐나온 여성이 일생을 떠돌다가 죽어서도 영안실 지박령(자신이 죽은 곳을 떠나지 못하고 죽은 장소를 계속 맴도는 영 포화가 임박한 전남도청 문서고. 전남도가 도내 생산 기록물 관리 전문기관인 가칭 ‘전남기록원’ 건립 후보지 선정 절차에 돌입하는 등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전남도가 648억원의 사업비를 자체 부담해야 하는 만큼 열악한 재정 여건상 실제 건립은 녹록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관련 법령상 지방기록물관리기관 설립·운영에 대한 ‘국가 지원’이 명문화돼 있음에도 전국적으로 국가 지원 사례는 전무해 국가 차원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8일 전남도에 따르면 2023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도비 5천400만원을 투입, ‘전남기록원 건립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추진했다. 용역 주요 과제는 ▲전남 기록물관리기관 입지 선정 및 환경 분석 ▲지역·역사성 및 아카이브즈 특수성 반영 건축계획 수립 ▲건립 필요성·적시성 분석 ▲경제·사회·지역적 타당성 및 파급효과 분석 등이다.현재 전남도는 전남 기록물관리기관 건립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2005년 폐교 이후 20년 이상 방치된 전남도립대 장흥캠퍼스 부지 등 총 5곳의 도유지를 대상으로 설립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중 최종 건립 후보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후보지 결정에 이어 행정안전부 타당성 조사·중앙투자심사, 자체 공유재산 심의 등 2027년까지 사전행정 처리 절차를 마무리한 뒤 실시설계, 공사 등의 절차를 거쳐 오는 2030년 준공한다는 게 전남도의 구상이다.2007년 4월 개정된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광역지자체에서 생산된 기록물의 영구 보존 관리를 위한 지방기록물관리기관 설립·운영을 의무화했다.법 시행 18년이 지났지만 기록관을 운영 중인 광역자치단체는 경남도(2018년 준공, 사업비 127억원), 서울시(2019년, 498억원) 등 2곳에 불과하다.경기도(2026년 개원), 경북도(2027년 개원)는 설립 절차를 밟고 있다. 대구시·강원도는 조례 제정을 마치고 예산 확보와 기본 계획 수립 절차를, 인천시·충남도·전북도·제주도·부산시·세종시 등 8개 지자체는 연구용역을 거쳐 설립 계획을 수립 중이다.전남도는 도청 내에 660㎡ 규모의 문서고를 운영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