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DB가격@]텔레carrotDB 〈법정의 얼굴들〉 박주영 지음 모로 펴냄그 어느 때보다 판사와 헌법재판관들의 결정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기자로 일하는 나만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윤석열 구속취소 인용·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기각 결정 뒤, 친구들과의 SNS 대화방 이야깃거리도 달라졌다. 다들 각종 법 조항과 법률용어를 찾아보고, 결론이 타당한지 요모조모 따져보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끝은 매번 이런 식이다. ‘보다 보면 결국 다 끼워맞추기인 것 같아’ ‘판사들이 인정하기 싫으면 증거가 부족하다고 하고, 인정하고 싶으면 합리적으로 추단된다고 하는 거 아냐?’사법부를 향한 신뢰가 꺼져갈 때쯤 이 책을 들었다. 저자는 판사다. 그가 마주하는 이들은 피고인석에 선 가출 청소년, 빈곤한 노인 등 사회가 주목하지 않거나 외면한 사람들이다. 그는 피고인들의 범죄행위뿐만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조건을 함께 들여다본다.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이 모두 범죄로 나아가지는 않는다. (···) 그러나 분명히 경제적 궁핍 때문에 범죄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자제력이 떨어지는 어린 청소년에게 왜 어른들이 쳐놓은 거미줄에 걸렸냐고 탓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다.전세사기 사건을 취재할 때, 저자인 박주영 판사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됐다. 피해자가 229명(피해액 180여억 원)에 달하는 부산 지역 전세사기 사건 1심 판사였던 그는, 지난해 1월 임대인 최 아무개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그해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15년 확정)하며 피해자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한 개인의 욕망과 탐욕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한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이 여러분과 같은 선량한 피해자들을 만든 것이다. 결코 여러분이 부족해서 이런 피해를 당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달라.” 저자의 말대로, 재판은 오로지 해당 사건에만 효력을 미치지만, 어떤 판결은 많은 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저자는 기록하지 않으면, 그가 본 세상의 일부가 사라진다는 책임감에서 이 책을 썼다. 그러니 이 책을 읽는 건 그가 기록한 세상을 함께 목격하고 기억하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