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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Theme‘주배시’라는 단어 들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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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1-08 08:19 Views 893 Times Comments 0 The thing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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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배시’라는 단어 들어보셨나요?
   
   우리나라 저작권료시장은 연 1400억원 규모이다. 방송·전송·복제·공연 등에서 발생한 노래 사용료를 모두 합한 규모이다. 이 저작권료로 먹고사는 작곡가는 우리나라 저작권자로 등록된 2만1000여명이다. 음악 사용 여부에 따라 분배가 되기 때문에 1년에 고작 몇만원을 가져가는 작가가 있는 반면 수억원대에 이르는 작가도 수두룩하다. 저작권료 수입은 매년 다르기 때문에 순위는 조금씩 바뀌지만 박진영, 김형석, 지드래곤 등이 수위를 다툰다. 이들의 저작권료 수입은 연 10억원 안팎에서 2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가들의 신탁을 받아 저작권료를 징수하고 분배하는 대표적인 단체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회장 윤명선)이다. 음저협은 1964년 설립된 이후 50년간 독점체제로 운영해 오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복수단체로 허가해준 함께하는음악저작권협회(함저협·회장 백순진)가 2014년 7월 출범하면서 경쟁체제가 시작됐다.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함저협이 음저협과는 다른 저작권료 징수와 분배 개정안을 들고나오면서이다. 특히 두 협회의 방송 사용료에 대한 분배 규정의 차이는 대중음악 작곡가와 연주음악 작곡가들 간의 갈등으로 확대됐다. 결국 지난해 9월에는 음저협 소속의 연주음악 작곡가 70여명이 집단 탈퇴해 함저협 회원으로 소속을 대거 이동했다.
   
   “‘주배시’라는 단어 들어보셨나요? 우리나라에만 있는 용어입니다. ‘주배시’ 작곡가들은 대중가요 작곡가에 비해 몸값이 10분의 1에 불과합니다.”
   
   연주음악 작곡가인 김지은(34)씨는 자신이 ‘주배시’ 작곡가로 불리는 것도, 음악에 차등이 있다는 것도 최근에 알았다. 김씨가 말하는 ‘주배시’는 주제음악, 배경음악, 시그널음악을 줄여서 부르는 용어이다. 음저협은 방송국으로부터 거둬들인 음악 사용료를 저작권 소유자인 작곡가들에게 분배할 때 연주음악인 ‘주배시’와 가사가 있는 ‘일반음악’을 구분하여 차등을 두었다. 음저협의 분배 규정에 따르면 ‘일반음악’이 10점이면 ‘주배시’는 1점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방송에서 ‘일반음악’이 한 번 나올 때 저작권료가 1000원이라면 연주음악인 ‘주배시’는 100원밖에 못 받는다는 이야기이다.
   
   김씨는 2012년부터 미니시리즈, 주말드라마 등 굵직한 TV 프로그램의 음악작업에 참여해왔다. 서울대 작곡가 출신인 김씨는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2011년 한국에 돌아왔다. 4년 동안 밤샘을 밥 먹듯 하며 참여한 작품은 총 34편. 그중 미니시리즈, 주말드라마만 11개이다. 지상파에서만 김씨가 참여한 작품이 거의 매일 방영된다는 이야기이다. 김씨가 저작권자로 음저협에 등록된 음악은 185곡이었다. 자신의 곡들이 방송에서 사용된 대가로 김씨가 음저협에서 받은 저작권료는 얼마나 될까.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한 작업실에서 만난 김씨는 음저협에서 받은 자신의 저작권사용료 지급내역을 보여줬다. 2013년 6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김씨의 방송 저작권료는 한 달 평균 38만원이었다. 최저생계비는 고사하고 교통비 빼고 나면 손에 쥘 것도 없는 액수이다. 프로그램 방영에 따라 매달 수입은 들쭉날쭉했다. 100만원이 넘는 달도 있지만 1만9272원이 찍힌 달도 있고, 아예 ‘0’를 기록한 달도 있었다.
   
   전체 저작권료 중 TV·라디오 등 방송에서 음악을 사용한 대가로 방송국이 지불하는 저작권료는 연 330억원 규모이다. 방송국은 음악 사용료로 방송국 매출의 1.2%를 내게 돼 있다. 음저협이 음악의 종류에 따라 차등을 두어 분배를 한 반면 함저협은 분배 규정을 만들면서 음악에 따른 차등을 없앴다. 가사가 있는 음악이든 배경음악이든 1 대 1로 분배를 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사용 시간에 따라 30초 이하부터 150초 이상까지 4단계로 차등을 두는 것으로 했다.
   

최저생계비도 못 받는 연주음악 작가들

  그동안 ‘주배시’로 불리는 연주음악 작가들이 불공정한 분배를 받아왔다는 주장은 계속 제기돼 오긴 했지만 한목소리를 낸 적은 없다. 연주음악 작곡가들을 자극한 것은 대중음악 작곡가들이었다. 지난해 7월 2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신중현, 윤일상, 윤종신 등 좀체 한자리 모이기 힘든 대중음악인 70여명이 한꺼번에 무대 위에 올랐다. 이들은 “가사가 있는 음악과 주배시 음악에 차등을 없앤 것은 수입업자들만 배부르게 하는 것”이라면서 함저협의 분배 규정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문제는 마이크를 잡은 신중현씨가 ‘주배시’음악을 “음악도 아닌 소음”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 알려지면서이다. 때를 같이해 음저협에서 배포한 ‘누구를 위한 분배 규정 개정인가?’라는 자료에도 일반음악(대중음악)을 ‘완전한 음악작품’으로, 배경음악은 ‘보조적인 음악저작물’로 적는 등 ‘주배시’음악을 폄하하고 나서면서 연주음악 작곡가들의 분노를 샀다. 이 자료는 음저협 회원인 연주음악 작곡가들에게도 모두 전달이 됐다.
   
   김씨가 저작권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 때문이라고 했다. “처음엔 내 작품으로 저작권료 받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지 분배 규정 같은 것은 관심도 없었고 워낙 규정이 복잡하다보니 이해하기도 힘들었어요. 그런데 내 음악이 소음으로 치부되고 헐값으로 취급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참을 수 없었습니다. 화가 나는 것을 넘어 부끄러웠습니다.” 볼펜으로 밑줄까지 그어놓은 음저협 측 자료를 내미는 김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김씨도 지난해 9월 음저협을 탈퇴해 함저협으로 옮긴 상태이다.
   
   김씨는 그나마 잘나가는 편이다. 대부분 젊은 연주음악가들의 현실은 훨씬 열악하다. 작업할 기회도 많지 않고 한 달 저작권료 수입이 몇만원에 그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보통 미니시리즈의 경우 음악감독을 중심으로 작곡가 3~6명이 투입된다. 16부작 기준으로 사용되는 곡은 80~100곡이지만 실제 만들어진 곡은 훨씬 많다. 작품당 음악제작비가 책정돼 있기는 하다. 방송국마다 차이가 있지만 70분물 단막극의 경우 200만원 안팎, 대하사극은 회당 150만원 정도이다. 이 돈이 전부 작곡가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작곡비, 연주비, 녹음비 등이 모두 포함된 액수이다. 오케스트라 한 번 부르면 적자다. 그러니 대부분 자신의 이름으로 곡을 남기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형편이다. 주 수입원인 저작권료만 받아서는 먹고살 수 없는 구조이다 보니 음악을 아예 포기하거나 대중가요 작곡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숱하게 많다.
   
   복수단체가 설립됐어도 분배 규정과 방식은 소속 회원에게만 적용된다. 즉 음저협 회원들은 함저협의 분배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왜 음저협 소속의 회원들은 머리띠를 두르고 나섰던 것일까. 여기에는 복잡한 함수가 숨어있다. 쉽게 생각하면 방송국은 음저협에 주던 방송사용료 총액에서 양 협회가 관리하는 곡의 사용 비율만큼 사용료를 나눠서 주면 되고, 양 협회는 방송국으로부터 받은 사용료를 각자 분배 규정에 따라 회원들에게 나눠 주면 그만이다. 현재 음저협 회원은 2만명에 달하고, 함저협 회원은 1800여명이다.
   
   그동안 음저협은 방송에서 사용된 음악의 97%가 소속 회원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사용료를 징수해 갔지만 함저협이 생기면서 두 단체 회원의 음악이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각각 증명해야 한다. 함저협은 회원들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음악 곡수를 근거로 전체 음악의 15%를 주장하고 있다.
   
   그 동안의 징수 규정은 단순히 사용된 횟수를 기준으로 해왔지만 두 단체의 분배 규정이 달라진 만큼 징수 기준도 맞춰야 한다. 음악의 종류에 따라 나눌 것인지, 시간 개념을 넣을 것인지가 두 단체의 쟁점이다. 음저협은 대중가요·주배시로 구분한 ‘음악의 종류’를 기준으로, 함저협은 ‘사용시간별 점수’를 기준으로 적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TV와 라디오를 통합할 것이냐, 분리할 것이냐’이다. 음저협은 그동안 TV와 라디오를 통합해서 징수해왔고, 함저협은 분리를 요구하고 있다. 백순진 함저협 회장은 주간조선에 “TV와 라디오를 통합할 경우 라디오에서 사용된 곡은 징수 규모가 작은데도 불구하고 TV 징수금까지 합산한 금액에서 받게 되기 때문에 자신이 받을 액수보다 더 많이 받는 셈이고, 반대로 TV에 사용된 곡은 불이익을 받는 것이다. 공정하게 TV 징수액은 TV에 사용된 곡이 받고, 라디오 징수액은 라디오에 사용된 곡들끼리 나눠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총 징수액 330억원 중에서 TV 매출은 87.9%인 290억원에 달하고, 라디오 매출은 12.1%인 40억원에 불과하다. TV와 라디오에 사용된 음악은 57.2% 대 42.7%이다. 게다가 TV는 연주음악이 많은 반면, 라디오는 대중가요 비율이 훨씬 높다. 결과적으로 TV에서 주로 사용되는 연주음악이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미분배액도 문제이다. 라디오는 큐시트를 통해 사용곡에 대한 집계가 정확한 반면, TV의 경우 드라마 외에 예능·쇼 프로그램 등에서 사용되는 음악의 경우는 정확한 집계가 어렵다. 그만큼 라디오 음악에 돌아가는 몫이 커진 셈이다. 이 부분도 라디오 노출이 적은 연주음악 작곡가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문제이다. 음저협이 사용료 주인을 찾지 못해 발생하는 미분배액은 2010년 450억원에 달해 정부로부터 업무개선 명령을 받기도 했다. 미분배액의 이자수익만 연 평균 12억원에 달한다. 미분배액을 줄이기 위해서는 음악사용에 대한 정확한 집계가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기술적으로 갈길이 멀다.
   
   음저협 측은 함저협 측 분배규정대로 계산하면 ‘일반음악’ 작가들이 받는 분배액은 기존 234억원에서 83억원으로 줄어들고 주배시를 비롯한 극소수 작가들의 수입은 96억원에서 247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음악은 음악일 뿐”
   
   두 단체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지난해 10월 1일 방송사, 음저협, 함저협, 학계 등이 참여한 저작권 상생협의체를 발족하고 방송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안에 대한 협의를 해왔다. 협의체는 두 단체의 이견을 좁히기 위해 수차례 회의를 거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상생협의체를 담당한 문체부의 강민아 사무관의 말이다. “징수 규정을 횟수로 할 것이냐 시간개념을 넣을 것이냐 두 단체의 규정이 달라 합의 도출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TV·라디오 분리 여부도 워낙 복잡한 문제라 당장은 어렵다. 전문가들에게 분석을 의뢰해 놓은 상태이다. 2016년 상반기를 목표로 의견 조율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다만 두 단체의 음악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인 핑거프린팅을 도입하자는 데는 의견을 모았다. 어떤 업체를 선정할 것인지는 논의가 필요하다.”
   
   그동안 저작권료 분배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음저협 내부 운영비리도 심심찮게 뉴스에 오르내렸다. 분배금 산정자료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저작권료를 빼돌리는 등 각종 비리로 국감 단골 메뉴에 올라 운영 관리 개선 지적을 받아왔고 고소·고발이 잇따랐다. 독점체제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복수단체인 함저협이 출범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한 드라마 음악감독은 울분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돈 때문에 음악을 쪼개고 나누다 보니 복잡해진 것이다. 음악은 음악일 뿐이다. 음악에 차등을 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동안 엉뚱한 작가들이 우리가 받아야 할 몫을 가져간 것이다. 잘못돼 왔던 것을 바로잡아 달라는 것이다. 그동안 불공정한 분배도 참아왔지만 우리 음악을 소음으로 취급하는 것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단체든 조합이든 우리 목소리를 하나로 모을 모임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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